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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잃는 게 더 많은 ‘국민연금기금 공사 설립’

등록 2015-07-21 18:18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할 독립법인(공사)을 신설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21일 열린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 체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런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정부안이라 봐도 무방하다.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국민연금기금 적립액은 무려 500조원을 웃도는데다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공룡’이 된 지 오래다. 해마다 해외투자 규모도 늘려가고 있다. 전문성을 강화해 운용수익률을 높인다면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

실제로 기금 운용의 전문성 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가입자 대표성만 강조하다 보니 자산운용 전문가가 구실을 못했을뿐더러 엄격한 수익성 판단 대신 외부의 입김에 따라 투자 결정이 더러 이뤄지기도 했다. 운용 성과가 2년 임기의 기금운용본부장 등 외부 인력의 수급 상황에 영향을 받는 한계도 뚜렷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기금운용본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올해 들어 핵심 운용 인력이 대거 퇴사하는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선 수익성 못지않게 안정성과 사회적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냉혹한 금융시장의 생리상 고수익의 유혹엔 응당 고위험의 덫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무턱대고 고수익의 환상만 좇다 노후자산을 허망하게 날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 산업경쟁력 약화,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난제 해결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맡아야 할 몫은 분명 있다. 큰 틀에서 기금 운용에 대한 사회적·민주적 통제의 긍정적 의미를 퇴색시켜선 안 되는 이유다.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독립법인 설립만이 과연 유일한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독립법인 설립이 반드시 수익률 제고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증거도 없을뿐더러, 추가적인 비용만 낭비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섣불리 별도의 독립법인을 만들기보다는, 현행 틀 안에서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책임과 권한을 좀더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보완하는 게 옳다. 국내총생산(GDP) 절반 규모에 가까운 공적 자산 관리를 무턱대고 민간에 내맡기는 독립법인 설립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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