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22일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내놓았다. 담보 위주로 이뤄지는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관행을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분할상환 대출 비율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 등이 뼈대다. 발표한 대로 시행되면 가계부채 문제를 푸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힘이 많이 달린다.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1100조원에 이른 데서 보듯 우리 경제를 옥죄는 주요 현안의 하나다. 명목 국내총생산과 견주면 지난해 말 현재 87.2%나 돼 천문학적 규모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이런 가계부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대출 관련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한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한 탓이 크다. 반면, 소득 증가세는 경기 부진의 지속으로 미미해 가계의 부채 감당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한은이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59.4%에서 지난해 말 164.2%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132.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부실 뇌관이 터지면 그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한은은 112만가구의 부채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으며 고액자산가나 자기 집 거주자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세난 여파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가구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
현실이 이처럼 엄중하기에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대출 증가세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것 이상으로 효과를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가계의 상환능력을 높여줄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또다른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말로 “국내외 충격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부동산 경기를 띄워 전체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특히 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여지도 커진다. 아울러 임금인상 등을 통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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