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나섰다. 22일 열린 당·정·청 고위급 회동에선 새누리당 안에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얘기도 오갔다. 박근혜 정부의 올해 하반기 최대 중점과제라는 말이 괜한 빈말이 아닌 듯한 모양새다.
현행 노동시장 구조를 손질하자는 공감대는 넓게 퍼져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갉아먹는 근본 원인이다. ‘고용 절벽’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도 새삼 입에 올릴 필요를 찾기 힘들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이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이른바 4대 개혁에 힘을 쏟으려는 정부의 태도를 무작정 나무랄 일은 못 된다.
문제는 개혁의 기본 방향과 추진방식이다. 대략 8~9월에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은 ‘쉬운 해고’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제시하려는 취업규칙 변경 기준 가이드라인과 일반 해고 기준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현행법상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임금피크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살 정년 의무화에 따라 늘어나는 기업들의 추가 부담을 줄여 청년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려는 의도에서 추진되는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년을 다 채우는 노동자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위한 수단으로만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아낀 재원을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쓴다는 보장도 없다. ‘경영상 판단’에 따른 해고 가능성의 여지를 넓히는 일반 해고 기준 가이드라인 역시 기업들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태도도 걸림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노동개혁이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면 더더욱 노동계를 끌어안으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실업과 해고의 충격을 완화해줄 사회적 보호막이 약할뿐더러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우리 사회 여건에서는 더디더라도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노동시장 개혁의 파장은 논란 끝에 매듭을 지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밀어붙이기식 노동시장 개혁은 상처만 안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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