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만 빼놓은 미쓰비시 강제노역 사과

등록 2015-07-26 20:53수정 2015-07-26 22:44

일본 대기업인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2차대전 당시 이 회사에서 강제노역을 한 중국인들한테 사과하고 보상하겠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9일 강제노역을 한 미국인 전쟁포로 대표를 찾아가 사과했으며,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피해자들에게도 앞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민지배 시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한테는 “법적 상황이 다르다”며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쪽은 조선인 강제징용이 1938년 도입한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민지배를 기왕의 현실로 전제하고 후속 조처들을 일종의 ‘국내법’으로 정당화하려는 논리다. 이에 견줘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는 당시 일본군에 붙잡힌 전쟁 포로 등으로 조선인 강제징용과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강도의 논리와 흡사하다. 남의 물건을 강탈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고 나서, 자기 것이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억지일 뿐이다. 강탈 과정이 불법적이면 지배권도 불법적인 것이고, 뒤따르는 강제조처도 당연히 불법으로 보는 게 옳다. 일본이 식민지배로 한국에 끼친 피해가 중일전쟁으로 중국에 끼친 피해보다 적다고 볼 근거도 전혀 없다.

일본 쪽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청구권 자금이 오간 것으로 모든 청구권 문제가 종료되었다는 주장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청구권 문제가 국가 간에 종료되었더라도 한국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고 밝힌 한국 대법원 판결이 합리적일 것이다. 중국도 1972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때 대일 청구권을 포기했지만, 그 뒤 개인 차원에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왔다. 일본이 ‘화해’를 내세워 중국 쪽의 사과와 보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결국 개인 차원의 청구권을 인정한 것 아니겠는가.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만 외면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미쓰비시의 결정은 일본 정부와 교감을 거친 인상이 짙다. 일본은 과거 침략 문제를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중국, 서구 연합국과 한국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쳐왔다. 8월로 예정된 아베 총리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에 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한국 요구는 무시하고 중국과 미국, 영국 등을 상대로 한 전쟁 사과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청구권 협정 때문에 정부의 운신 폭이 좁긴 하지만 지금처럼 손을 놓다시피 해선 곤란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