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을 도왔다는 전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씨에게 ‘업무방해 방조’ 혐의 등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뒤 검찰이 업무방해 방조로 혐의를 바꾼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 방조죄 적용이 처음은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이다.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확대하려는 시대역행적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씨의 혐의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그는 금속노조 미조직국장으로서 농성장에서 지지발언을 하고, 회사 정문 앞 등에서 열린 기자회견이나 지원집회에 참석하고, 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의 공문을 이메일로 보냄으로써 업무방해 행위인 파업·농성을 용이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직무상 해야 할 의례적인 일을 하고 파업 노동자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밝힌 것이 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 방조가 적용된 한두 건의 드문 전례와 비교해봐도 지나친 과잉처벌이고 억지 혐의 적용이다. 어떻게든 처벌하겠다고 구석구석 뒤져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식으로 확대 적용해 처벌하기 시작하면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간부, 산별노조 간부, 노동자 지원에 나선 변호사 등이 다 문제될 수 있다. 이는 1980년 총칼로 집권한 5공 신군부가 만든 ‘제3자 개입 금지’ 조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3자 개입 금지 조항도 상급노조나 해고자, 지원단체 등의 노조·노동자 지원활동을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7년 법 개정으로 완전히 없어진 반민주적 조항이 엉뚱하게도 검찰과 법원에 의해 무덤 속에서 부활한 셈이다.
이번 판결은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은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최근 법원이 두드러지게 친사용자·반노동자적으로 판결하는 경향이어서 더한 후퇴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법원은 암흑시대로의 퇴행을 더는 방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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