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행을 보면, 그가 과연 대한민국 집권당 대표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차기 대선 후보가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이런 사람을 유력한 정치지도자로 내세우는 우리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김 대표의 발언은 최소한의 외교적 소양과 품격을 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다. 미국은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에서 여러 나라를 직설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그런 두 나라를 두고 한국 집권당 대표가 ‘미국이 중국보다 낫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아무리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도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행동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베이징 방문 때는 중국 쪽에 간곡하게 요청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하기도 했다. 그때 김 대표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김 대표를 보면서,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그를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여기긴 힘들 것이다.
김 대표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초대 미8군사령관이었던 월턴 워커 장군 묘소에서 큰절을 올린 것도 영 씁쓸하다. 마음속 깊은 감사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굳이 큰절까지 해 과공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한-미 관계가 많은 굴곡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개인적 감사의 표시라 해도 그 행동은 절제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서울에서와는 달리 워싱턴만 가면 과도하게 미국과 미국민의 은덕을 칭송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한-미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김 대표는 동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보 좌파’를 맹비난했다. 밖에 나가서까지 ‘대립의 정치’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김 대표를 보면서, 그가 정치지도자로서 바람직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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