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질 부족’ 드러낸 김무성 대표의 방미 언행

등록 2015-07-29 18:28수정 2015-07-30 00:28

미국을 방문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언행을 보면, 그가 과연 대한민국 집권당 대표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차기 대선 후보가 맞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이런 사람을 유력한 정치지도자로 내세우는 우리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김 대표의 발언은 최소한의 외교적 소양과 품격을 결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다. 미국은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에서 여러 나라를 직설적으로 비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그런 두 나라를 두고 한국 집권당 대표가 ‘미국이 중국보다 낫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아무리 미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도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행동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베이징 방문 때는 중국 쪽에 간곡하게 요청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면담하기도 했다. 그때 김 대표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김 대표를 보면서,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그를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여기긴 힘들 것이다.

김 대표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초대 미8군사령관이었던 월턴 워커 장군 묘소에서 큰절을 올린 것도 영 씁쓸하다. 마음속 깊은 감사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굳이 큰절까지 해 과공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한-미 관계가 많은 굴곡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개인적 감사의 표시라 해도 그 행동은 절제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서울에서와는 달리 워싱턴만 가면 과도하게 미국과 미국민의 은덕을 칭송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한-미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김 대표는 동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보 좌파’를 맹비난했다. 밖에 나가서까지 ‘대립의 정치’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김 대표를 보면서, 그가 정치지도자로서 바람직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