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장담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별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교사들의 인식과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꿀 ‘진짜 대책’이 요구된다.
한 서울 공립고의 사례는 교사 성범죄의 양상과 대처 방식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이 학교의 50대 교사가 지난해 2월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추행했다. 이 교사는 3월 뒤늦게 다른 학교로 전출됐으나 수업은 계속하고 있다. 그러던 중 2월 다른 50대 교사가 여러 여학생을 추행해 수사를 받고 3개월의 직위해제 이후 복직했다. 이달 중순엔 한 여학생이 성 고충 상담실의 책임자인 또 다른 50대 교사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감사 결과 이 교사는 물론 다른 50대 교사도 학생과 교사를 가리지 않고 상습적으로 추행과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솜방망이 처벌을 비웃듯 교사 성범죄가 일상화한 것이다.
성추행과 성폭력 등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사는 해마다 50명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다. 하지만 성범죄 교사 가운데 해임되거나 파면된 교사는 절반 이하에 그치고 나머지는 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받은 뒤 복귀했다. 징계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마무리된 성범죄는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더 흔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교수들의 성범죄와 징계 사례는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물론 교육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교육부는 성범죄 교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한 규칙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성범죄로 수사받는 사립학교 교원을 직위해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도 국회에 낼 계획이다.
교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더 강화돼야 한다. 성범죄 교사는 징계 이전이라도 수업에서 배제돼야 마땅하다. 또한 범죄가 확정된 교사는 이후에도 학교를 비롯해 청소년과 관련된 시설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평가 자료를 해당 교사뿐만 아니라 여러 교사가 공유해 교사·학생·학부모 사이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교사는 교육이라는 목적을 위해 권위를 부여받는다. 이 권위를 반교육적으로 악용하는 성범죄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학교가 성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다른 집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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