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증세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의 입장은) 선 경제활성화, 후 증세 논의, 이렇게 정리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그러면서 앞으로 증세 논의가 시작되면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소득세를 더 무겁게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당장 증세 논의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소득세 손질이라는 대략의 방향은 제시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증세를 노동시장 개혁과 연계하자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원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증세 논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여야는 이미 증세 논의 필요성에 상당 부분 공감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부는 연례적 세수 결손 방지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하여 대책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에 담기로 합의했다. 당장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증세 논의를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까닭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세수 부족 현상이 몇 년째 이어져 구조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2012년 2조8000억원이던 국세수입 결손액은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국채 발행으로 세입 보전을 하지 않았으면 세수 부족은 예고된 일이었다. 세수가 모자라면 예산에 잡힌 정부지출이 제약을 받게 돼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재정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에 대한 기댓값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소득과 자산 불평등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증세는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세수를 확대할 여지도 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어서다. 2013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9%로, 통계자료가 확보된 30개 회원국 중 3번째로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24.7%로 집계됐다. 그런 만큼 증세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 이참에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는 물론, 세제 전반을 살펴보면 적절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활성화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정부와 여당이 논의를 외면할 때가 아니다.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부담을 좀더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경제활성화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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