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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권운동가를 가두고 보복성 기소 추가한 만행

등록 2015-08-03 18:23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인권운동가 박래군씨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난해 4월16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을 두고 “혹시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 피부 미용을 하느라 보톡스를 맞고 있었던 게 아니냐, 그런 의혹이 있는데…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발언을 집회에서 한 혐의다. 그런 말이 과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세월호와 관련된 일엔 지나칠 정도의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어떻게든 입을 틀어막으려는 정권의 행태가 괴이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박씨 구속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운동을 방해하려는 ‘강제 격리’로 의심할 만하다. 박씨는 ‘인권중심 사람’ 소장으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면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운동에 앞장서왔다. 추모집회의 주최자인 그에게 경찰은 불법 과격행위를 주도했다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강제수사를 벌였다. 명백한 탄압이지만 박씨는 성실하게 조사에 응했다. 도주하지도 않았고 숨기거나 없앨 증거도 따로 없으니 구속 사유는 애초 없었다고 봐야 한다. 굳이 증거를 찾는다면 집회 당시 경찰이 찍은 현장 사진이나 동영상 따위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경은 박씨를 집회 석 달 뒤 구속했다. 사법적 필요에서라기보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가두고 입을 틀어막은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씨 구속 뒤 시민들과 사회단체 활동가 4820명이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담은 ‘조각보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런 야만과 퇴행에 대한 항의이다.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되레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다. 뭐가 그리 민감한 문제이기에 ‘재갈 물리기’를 계속하는지 더욱 의아해진다. 날 선 보복을 검찰이 대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다고 한들 모두의 입을 언제까지 틀어막을 수는 없다. 무용한 시도는 이제 중단하고 박래군씨를 석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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