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 ‘지뢰 도발’ 잘못 인정하고 사과해야

등록 2015-08-11 18:49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한 목함지뢰를 북한이 매설한 게 확실하다면 북한이 당장 해야 할 일 역시 분명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그것이다. 북한은 눈치를 보거나 발을 빼지 말고 즉각 필요한 조처를 취하기 바란다.

북한은 정부가 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11일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만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뢰 폭발 사건보다 17일 시작되는 한-미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태도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남북 사이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잘못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면 북한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소상하게 밝히길 바란다. 그런 노력도 없이 다른 사안을 두고 대미·대남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다.

이번 일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큰 난관에 처하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역사적인 광복 70돌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남북 공동 행사가 이뤄지기는커녕 적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고, 최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심각성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이번 일에서도 국제사회의 상식과 관행에 어긋나는 태도를 보인다면 더 큰 고립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과잉 대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1일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디엠제트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북한군에 대해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 없이 조준사격하는 쪽으로 작전 개념을 바꿀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북쪽의 도발에 공세적으로 보복한다는 기존 방침도 더 강화될 듯하다. 국민 분노에 기댄 이런 방안은 비무장지대 상황을 한층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효과적인 대북 대응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위기가 일상화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북한의 행태를 닮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 일에서 드러난 ‘경계 실패’와 ‘컨트롤타워 기능 부진’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북한이지만 사태를 무작정 키울 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