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애초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자료 제출 등을 국회 일정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걸어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방탄국회’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뒤로 물러섰다. 그렇지만 제 식구 감싸기 기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이 이미 탈당과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는 동정론이 꽤 퍼져 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태도야말로 빗나간 동료애요, 유권자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엉터리 측은지심이다. 박 의원이 아파트 분양대행업체로부터 받은 금품 액수나 물품 내역을 보면 일반 국민들로서는 동정심은커녕 분노만 치밀 뿐이다. 현금은 물론 명품 시계, 고급 가방, 안마의자 등 본인이 받은 금품만 3억5800만원이고, 부인과 아들, 동생이 받은 것까지 합하면 7억3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 의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의 경우 이보다 훨씬 가벼운 혐의로도 구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치권이 자기네 식구 비리 혐의는 애써 못 본 척하면서 남의 당 사람의 잘못에는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는 미온적이니 더욱 쓴웃음이 나온다. 새누리당 역시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과 관련해서는 계속 야당에 삿대질을 하면서도 심학봉 의원 문제를 두고는 “이미 탈당했기 때문에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게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여야 모두 윤리의식의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이런 비리 의원 감싸기, 몰염치한 윤리의식의 이중잣대야말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염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평소 입만 열면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개혁을 외치다가도 막상 현안이 닥치면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비리를 감싸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정치권에 믿음이 가겠는가. 이제 여야 정치권은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과 심학봉 의원의 의원직 제명 처리 결과를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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