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가 국제금융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달러의 기준환율을 1.86% 전격 인하한 데 이어 12일 다시 1.62% 내렸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라 중앙은행이 외환거래의 중심이 되는 기준환율을 정해 매일 고시한다. 위안화의 이례적인 평가절하로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환율과 주식가격 등이 출렁거렸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국제 수출입시장에도 영향을 주게 돼 세계 경제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와 무역업계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중국의 이번 조처는 경기를 부양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올해 들어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해 경기 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해 정부 목표치인 7.0%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중국의 성장률이 6.8%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지난달에는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절하는 수출 진작 등을 통해 경기를 떠받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 부양은 세계 경제에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평가절하가 계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 같다. 자칫 ‘통화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도 자기 나라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평가절하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로존이 고강도의 금융완화 정책에 나설 때,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평가절하 측면에 주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통화전쟁을 우려하는 얘기가 나온 것은 그래서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은 일단 중국 정부 주장대로 이번 조처를 일시적이고 환율의 탄력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어찌됐든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곧바로 영향을 주는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주도적 구실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여건을 선용하면 파장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평가절하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있다고 말한다.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기회가 되는 반면, 중국과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득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체질 개선을 통해 상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여러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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