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이 지위와 힘을 이용해 로스쿨 출신 자녀를 특혜 취업 시켰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 정부법무공단, 감사원 등 ‘좋은 자리’에 그런 ‘힘과 빽’이 동원됐다. 부모의 배경으로 좋은 일자리를 대물림했으니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 취업난과 생계난에 허덕이는 숱한 청년들,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고군분투하는 많은 젊은 변호사들의 좌절과 분노를 부르는 일이다.
의혹은 분명하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3년 지역구인 파주에 공장이 있는 엘지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해 자신의 딸이 이 회사 변호사 채용에 응시했다고 알렸다. 엘지디스플레이는 경력 변호사를 한 명 채용한다고 공고했으나, 결국 윤 의원의 딸을 포함해 두 명을 뽑았다. 공정거래 분야 4년 이상 경력자를 뽑겠다던 계획과 달리, 윤 의원의 딸은 그해 막 로스쿨을 졸업했을 뿐이다. 청탁과 특혜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채용도 석연찮다. 김 의원의 아들은 2013년 11월 공단 변호사 정원 40명 가운데 마지막 한자리에 채용됐다. 그 이전까지 공단은 대개 팀장급은 법조경력 15년 이상, 팀원은 법조경력 5년 이상 또는 법무관 제대 예정자를 뽑았다. 김 의원의 아들을 뽑을 때 유독 기준을 크게 낮췄다. 응시생 가운데는 로스쿨 학점 등이 더 좋거나 당장 근무 가능한 이도 있었지만, 공단은 석 달 뒤에나 근무할 수 있었던 김 의원의 아들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그해 7월 취임한 공단 이사장은 김 의원과 같은 당 출신의 이웃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 그런 의심스러운 정황 때문에 현직 판사 등 법조인 572명이 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겠다.
앞서 6월에는 변호사와 교수 등 476명이 감사원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에 의혹이 있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전 감사원 사무총장, 감사원 현직 국장,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아들이 각각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감사원 변호사로 잇따라 채용됐다는 것이다. 이전엔 그런 ‘대물림’이 없었다니 의심은 당연하다.
이런 일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공정한 경쟁도, 청년실업 해소도 말할 수 없게 된다. 실력보다 ‘힘과 빽’이 앞서는 사회가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국회와 감사원 등은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고위공직자의 일탈을 낱낱이 규명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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