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의혹을 조사해온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공개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성과가 없는 건 아니나, 의혹의 핵심인 국정원의 국내 민간인 사찰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진 못했다. 컴퓨터 보안전문가인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까지 야당이 이 사안에 기울인 노력에 비하면, 기자회견 내용은 기대 수준에 견줘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야당 특위에 돌릴 수는 없다. 국정원이 로그파일을 비롯한 핵심 증거자료를 꼭 쥐고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선, 설령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해킹 의혹의 전모를 속시원히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원은 자료를 은폐하고 정부여당은 이를 방조하고 있으니 야당 특위 활동은 애초부터 눈을 가린 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걸 두고 ‘야당 조사도 별게 없지 않으냐. 이제 의혹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개인용 컴퓨터를 대상으로 해킹을 시도한 국내 케이티(KT)망 아이피(IP) 3개를 추가로 찾아냈다”고 안철수 위원장이 밝힌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정원이 국내 민간인을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당장 (관련자료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야당과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의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본격 수사를 계속 미루고 있으니 쓴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국정원이 민간인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을 몰래 심어 정보를 빼냈느냐 하는 점이다. 휴대전화가 언제든 정보기관에 의해 해킹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거의 모든 국민이 갖는다는 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이런 의구심이 말끔히 해소될 때까지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새누리당도 적극 협조하는 게 옳다. 또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한점 티끌 없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정보기관과 좀더 근본적으로는 현 정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기 어렵다. 국민 프라이버시를 가볍게 여겨서는 결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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