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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야의 무책임한 선거구 획정 ‘떠넘기기’

등록 2015-08-19 18:38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하되 지역구-비례대표의 의석 배분 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여야 간에 모처럼 합의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큰 진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의원 수 동결은 이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론으로 정해놓은데다, 무엇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배분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난제가 아무런 진전 없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의석 배분 비율 결정 등을 선거구획정위로 넘긴 것을 두고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애초 선거구획정위를 신설한 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 선 긋기가 왜곡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런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이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자 책임회피이다. 최소한 정치권이 의원 정수는 물론 의석 배분 비율 등의 ‘기준’은 정해주고 선거구획정위가 그 범위 안에서 실무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게 상식에 맞는다. 게다가 우리 헌법이 의원 정수나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등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국회가 법률 제정 권한을 사실상 위임해버린 셈이 된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마냥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두 손 놓고 기다릴 것 같지도 않다. 현재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축소해서 지역구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새정치연합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여야가 선거구획정위에 각자 유형무형의 압력을 가하면서 선거구획정위가 여야를 대신해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사실 선거에서 표의 대표성도 높이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도 완화하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었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포기해버렸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고, 그중에서도 야당의 입장은 더 곤혹스러워졌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조정 결정 기준을 맞추려면 비례대표를 줄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거구획정위가 어떤 묘수를 짜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만만찮은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만 비례대표를 섣불리 줄이는 등의 선거제도 개악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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