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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 확정

등록 2015-08-20 18:35

대법원이 20일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인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곧 수감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운동 출신의 전직 국무총리마저 불법 자금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정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없다.

기소 이후 5년 넘게 끌어온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건설업체 대표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대로 2심 재판부는 검찰 진술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 대 5로 의견이 나뉘었지만, 사건을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주장한 5명도 한 전 총리가 최소한 3억원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결국 한 전 총리가 받았다는 돈의 액수에 차이가 있을 뿐, 그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건 대법관 모두 사실로 인정한 셈이다.

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에 이어 법원마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와 불리한 판결이 잇따르고 이것이 ‘야당 옥죄기’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맞다. 하지만 정치와 검은돈이 난마처럼 얽혀 공생하는 현실은 하루빨리 뿌리뽑아야 할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고질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검은돈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우리 정치는 영영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가 없다.

깨끗하고 온화한 이미지를 가진 전직 국무총리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표적으로 삼아 잇따라 기획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국무총리의 동생이 건설업자에게서 나온 1억원짜리 수표를 전세금으로 사용했던 점이나 그의 비서가 거액의 돈을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점 등은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하고 의심스런 정황임이 분명하다. 이런 게 통용되는 정치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국회의원과 정치인, 고위공직자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비로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이번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려 하기보다, 불신의 늪에 빠진 정치를 개혁하는 일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개혁에 과감하게 나서야 정당도 살고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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