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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은희 기소, ‘막장 검찰’의 자가당착

등록 2015-08-21 18:38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때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부당한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와 억지 기소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처럼 황당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최소한의 논리와 체면마저 외면한 채 갈 데까지 간 ‘막장 검찰’의 현주소를 생생히 보여준다.

검찰은 애초 김 전 청장을 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권 의원의 진술을 가장 핵심적인 증거로 삼았다. 그를 재판의 증인으로까지 불렀다. 그랬던 검찰이 이제 와서 권 의원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처벌해달라고 나선 것은 자가당착을 넘어서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다른 경찰관들의 진술이 권 의원과 다르다는 점을 위증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지만 이 역시 자기모순이다. 당시에도 그런 경찰관들이 있었으나 검찰은 이들이 김 전 청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권 의원을 기소하려면 최소한 그때의 판단과 지금의 판단이 왜 달라졌는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순서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도 참으로 억지스럽다. 모해위증 혐의에서 ‘모해’란 말은 ‘꾀를 써서 남을 해친다’는 뜻이다. 권 의원이 타인을 해칠 목적으로 꾀를 써서 거짓증언을 했다는 이야기다. 김 전 청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권 의원의 폭로 내용이 여전히 신빙성이 있는 점은 제쳐놓고라도, 일개 경찰서 수사과장이 지체 높은 서울경찰청장을 해치기 위해 없는 사실을 꾸며냈다는 것 자체가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진다. 그런데도 검찰은 ‘고의적 의도’까지 덮어씌워 버렸다. 현 정권의 정통성에 흠집을 낸 데 대한 권력 차원의 보복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억지 기소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반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이를 용기있게 폭로한 사람은 되레 처벌받는 나라, 이것이 바로 정의가 물구나무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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