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한 지 4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구체적인 복귀 시기와 방법은 김동만 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4개월째 막혀 있던 노사정 대화의 물꼬도 다시 트이게 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변경 등 두 가지 쟁점과 관련해, 정부는 원칙엔 포함시키되 추후 논의의 여지를 열어두는 쪽으로 일단 대화의 불씨를 살려나가기로 했다. ‘노동계 합의’라는 명분을 섣불리 걷어차지 않기 위해서다.
진통 끝에 노사정이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됐으나,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낼 대타협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일차적인 걸림돌은 편향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외골수 태도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기본방향이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없애는 것이란 기본인식 아래, ‘쉬운 해고’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곧장 청년 일자리를 가져온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기존 노사정 대화의 틀이 지닌 근본적 한계도 여전히 뚜렷하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아예 참여를 하지 않는데다, 그나마 한국노총 역시 대기업과 사무직 조합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내 고용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청년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공간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노사정 대화의 틀을 넘는 사회적 대화기구의 필요성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라도 노동개혁의 기본방향과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할 때다. 국내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에 있다. 단순히 노사관계를 손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정책과 경제정책이 함께 보조를 맞춰 경제성장의 열매가 사회 전반에 고루 흐르도록 하는 데 개혁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설령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것이 청년실업에 대한 진정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공정한 원-하청 관계, 사회안전망 확대 등이야말로 가라앉은 우리 경제를 되살려내고 노동계도 끌어안는 진짜 노동개혁이다. 생각을 바꾸면 해법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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