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 1월부터 진행해온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최상위 등급을 제외하고는 등급별로 4~15%씩 정원을 감축하도록 하고, 하위 2개 등급에 속한 37개 대학에는 재정적 불이익도 주기로 했다. 최하 등급 13개 대학은 사실상 퇴출 압박을 받게 됐다. 이번 평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입학 정원을 줄이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고교 졸업생이 2023년 39만명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의 대학 정원 56만명을 조정하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큰 그림 속에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야 맞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평가는 정원 감축 압박이라는 효과 외에는 제대로 취지를 살리지 못한 실패작이다.
평가지표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대학의 질적 수준을 높일 전임교원 확보율이나 교육비 환원율 등 교육여건 항목은 기준이 느슨해 대학들의 개선 노력을 유도하지 못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법정 기준조차 지키지 않아도 만점을 주는 식이었다. 사학재단의 전입금, 등록금 인상 여부 등도 평가 대상에서 뺐다. 대신 대학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학과 구조조정이나 학사 관리 항목에 중점을 뒀다. 그러다 보니 대학들이 무리한 학과 통폐합, 상대평가식 학점 부여, 재수강 제한 등 급조된 정책을 쏟아내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다.
대학의 질적 도약을 유도하는 데는 소홀한 반면, 쓸데없는 지표를 개선하는 소모적 경쟁만 부추긴 꼴이다. 게다가 평가지표가 자주 바뀌고 서류·면접만으로 등급을 가르는 등 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다. 막판에 등급 구분이 바뀌기도 했다. 1년 반 만에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300개 가까운 대학을 일일이 평가한다는 게 애초 무리한 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평가 결과가 형평성 논란 등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 하위 2개 등급에 속한 대학들이 대부분 지방대여서 지방 차별이라는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그렇잖아도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여건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다. 2017년 전체 대학 입학 정원은 2012년보다 5만여명 줄어드는데 서울만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대라고 해서 무조건 감싸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 평가의 부실한 지표와 졸속적인 평가 과정을 고려하면 지방대들의 반발도 이해가 된다. 또 재단의 전횡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지대·수원대·청주대 등이 하위 등급에 포함된 것도 공정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책임은 재단 쪽과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있는데 피해는 대학 구성원들이 받게 된 셈이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정원 축소에 대한 원만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지도 못했고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더욱 본질적인 목표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평가 과정부터 결과 발표 이후까지 대학 사회에 혼란만 주고 있다. 이런 평가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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