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의 인물들 중 최고의 ‘막가파’를 꼽는다면 단연 조남풍 재향군인회(향군) 회장이다. 그는 향군 내부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감독기관의 지시, 언론의 질책, 국민의 눈총, 어느 것도 개의치 않고 있다. 조 회장의 뻔뻔한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이 나라가 법과 상식이 있는 나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향군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직원 25명의 부적절한 임용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조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형식적인 채용 절차만 거쳐 이들 중 21명을 재임용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향군회장 선거 당시 조 회장 캠프 사람들이다. 조 회장은 또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국외 출장을 삼가라는 보훈처의 권고도 무시한 채 미국·멕시코 순방을 떠나버렸다. 국감 출석 회피용이라는 의혹이 진하게 풍겨난다.
조 회장의 가장 뻔뻔스러운 태도는 향군회장 선거를 ‘돈 선거’로 치렀음을 스스로 실토하고서도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회장 되기 위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알 것 아닙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선거 두 번 해서 돈 다 썼는데 돈 빌려서 (선거)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조 회장이 향군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다. 향군 선거비리 혐의는 이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으나 조 회장은 눈썹도 까딱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의 막무가내 행보를 보노라면 과연 그를 비호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보훈처는 감사를 하면서도 금품 살포 혐의 등은 조사도 하지 않은 ‘솜방망이 감사’로 끝내버렸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육사 안에서도 선후배 간 우애가 끈끈하기로 소문난 럭비부 선후배 사이다. 검찰 역시 노조 쪽의 고발로 마지못해 수사에는 착수했으나 계속 미적지근한 태도만을 보이고 있다. 보훈처와 검찰 등은 언제까지 조 회장 감싸기로 일관할 것인가. 부정 비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안보결의 대회’를 열어 국가안보를 들먹이는 모습이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꼴불견임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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