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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역외소득 신고’,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다

등록 2015-09-01 18:33수정 2015-09-01 21:56

정부가 내국인 거주자나 법인을 대상으로 미신고 역외 소득 및 재산의 자진신고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려온 정부가 추가 세원 확보와 과세 형평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자진신고에 따른 특례규정’의 유효기간이 내년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자간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에 참여하는 나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본격적인 조세정보 교환에 앞서 한시적으로 자진신고의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성을 높여줬다.

현행법상 내국인 거주자는 국내 소득을 해외 소득과 합산해 신고해야 하고,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도 신고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정부조차 미신고 역외 소득 및 재산의 정확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3년 기준으로 87조원가량의 미신고 역외 소득 및 재산이 존재한다는 추정 결과가 한차례 나온 적 있으나, 실제 규모는 이 수치를 훨씬 웃돈다는 의견이 많다.

열쇠는 이번 조처가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 여부다. 특히 미신고 역외 소득 및 재산의 상당수는 국내 대기업과 총수 일가, 고액 자산가 등이 보유했을 가능성이 큰데, 과연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국내 대기업이 역외 조세회피처에 보낸 송금액은 500조에 이르는 반면, 이 기간 중 국내로 들어온 자금은 320조 남짓 된다. 차액의 상당 부분은 지금도 역외 탈세에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진신고 제도의 특성상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부는 신고 위반과 관련된 조세포탈이나 국외 재산도피 등의 범죄에 대해서도 기간 안에 자진신고하면 형법상 자수로 간주해 최대한 관용을 베풀 방침이다. 하지만 역외 소득 및 재산 형성 과정 자체가 횡령이나 배임 등 중대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조세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우리 사회엔 고소득 자영업자나 고액 자산가의 국내 소득이나 자산조차 정부가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불신감이 널리 퍼져 있다. 역내외를 불문하고 숨겨진 탈세의 원천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으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조처는 국민들 눈엔 추가적인 세수를 노린 정부의 이벤트성 행정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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