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이 해소되기는커녕 되레 심해졌다. 8월 전체 수출액이 393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4.7%나 줄어들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했다. 이런 감소율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얼마 안 된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큰 수치다. 6월(-2.6%)과 7월(-3.4%)에 감소폭이 다소 둔화하더니 다시 급격하게 가팔라졌다. 수출 지향적인 우리 경제 구조에서 걱정스런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당기간 계속된 추세이고 세계 교역의 부진으로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품목별로 살펴보면, 이상징후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달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이 선전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제품과 자동차, 철강제품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역별로는 그런 양상이 더 심하다. 특히 중국(-8.8%)과 일본(-24.4%)에 대한 수출 부진이 도드라진다. 일본의 경우 양적완화 등에 따른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되고 있는 게 확인된다. 중국은 경기가 애초 전망보다 나빠지면서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다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시장마저 불안해 이것이 다시 실물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보도는 이런 여지를 더 키워준다. 중국이 우리 수출시장의 2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고음이 더 크게 울릴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소비 등이 일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활기와는 거리가 멀다. 재고율이 7월에 오른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진 것 따위가 이를 말해준다. 정부가 올해 전망한 3.1% 성장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더라도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는 버거워 보인다.
우리 경제로서는 어려움의 연속이다. 국내외 여건으로 미뤄 쉽지는 않겠지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때야말로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한편, 내수 진작에도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업의 체질 개선은 기본이다. 당장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과 금융시장 불안, 그리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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