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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경숙 파문’을 넘어 문학 풍토의 쇄신을 바란다

등록 2015-09-01 18:33

계간지 <문학동네>를 발간하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강태형 대표와 창간 당시부터 일해온 원년 편집위원들이 일괄 퇴진하기로 했다. 신경숙 표절 사건 이후 창비, 문학과지성사와 함께 ‘문학 권력’의 한 축으로 눈총을 받아온 3대 출판사 가운데 처음으로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인적 개편을 단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멸 위기라고까지 운위되어온 한국문학이 이번 기회에 일대 쇄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재 한국문학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비평다운 비평의 실종과 3대 문예지의 권력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나쁜 작품인데도 좋은 작품인 것처럼 포장한다면 그것은 비평의 이름으로 독자를 속이는 것이다. 쓴소리는 빼놓고 좋은 말만 늘어놓는 이른바 ‘주례사 비평’도 비평이라 부를 수 없다. 신경숙 사건 때 독자들은 나쁜 작품을 좋은 작품인 것으로 잘못 알았다면서 배신감을 토로했다. 3대 문예지가 이런 식으로 자기 매체에 싣는 작품 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 결국 독자로 하여금 문학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문예지끼리의 짬짜미로 인한 폐해도 심각했다. 작가들은 3대 문예지에 돌아가면서 작품을 발표하고 문예지들은 같은 작가군을 놓고 서로 봐주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세 문학출판사의 기업 외형은 커졌으나 문예지로서의 특색과 차별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 한국문학 자체가 다양성을 잃고 활력도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문학동네의 결정은 창간 1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대 문예지 중심의 권력화와 담론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학동네가 편집진의 얼굴만 단순히 바꿀 게 아니라, 문학의 다양성과 담론의 개방성을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문학의 쇄신은 당연히 문학동네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신경숙 표절 사건과 관련해 최근 창비 쪽이 보인 태도는 유감스럽다. 작가의 주관적 의식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를 놓고 의도적 베끼기라거나 그것이 아니라거나 어느 한쪽으로 주장하자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문학계를 전반적으로 쇄신하라는 요구를 창비 쪽이 여전히 미온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학 생태계의 구조를 개혁해야 문학의 건강성이 회복된다. 문학은 물론이며 진보적 사회담론의 생산기지를 자임해온 창비와 같은 유력 출판사들이 쇄신의 과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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