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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대 역사교수들도 나선 ‘국사 국정화’ 반대

등록 2015-09-02 18:46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 34명이 2일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재도입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국사·동양사·서양사·고고미술사·역사교육과 교수의 77%가 의견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주변 역사학자 중에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초·중·고교 역사 교사 2255명도 이날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1차 선언보다 갑절이나 많은 교사들이 실명으로 참여했다. 학계와 교육현장의 우려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하는 행동들이다.

이들의 논리는 명쾌하다. “정부가 공인한 하나의 역사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합치하지 않는다.” 실제 그렇게 하는 나라는 북한을 비롯한 일부 억압적 체제뿐이다. 5년 주기로 교체되는 정권의 역사관에 따라 교과서가 흔들리게 된다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우려가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연설에서도 확인됐다. 김 대표는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표명한 역사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말을 통해 김 대표는 ‘집권세력이 선호하는 특정 역사관만을 가르치고 싶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시각 자체도 잘못됐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것 못지않게 그 실패와 폐단을 성찰하는 데 있다. 똑같이 침략전쟁을 일으켰지만 독일은 철저히 반성하는 역사관을 가진 데 반해 일본은 틈만 나면 과오를 숨기고 영광만 포장하려 한다. 어느 게 옳은 태도인지는 자명하다. 김 대표가 말하는 ‘긍정의 역사관’이란 게 현 정부 들어 검정에 합격했던 교학사 교과서처럼 친일과 독재 같은 오욕의 역사를 왜곡·미화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

거듭 강조하지만 집권세력이 강요하는 ‘관제 역사’는 이제 인류 문명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폐품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지적처럼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게 되면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수치이자 숱한 폐단만 낳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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