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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재인-안철수, 만나서 혁신 의논하라

등록 2015-09-06 18:20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 혁신에 대한) 충심 어린 제안과 지적에 대해 ‘가만히 있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이대로 간다면 공멸할 거라는 위기감과 절박감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는 저를 보지 말고 국민을 보라”고 말했다. 당내 주류와 혁신위 쪽이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데 대해 강하게 재반박을 하고 나선 셈이다.

안 의원의 ‘작심 발언’ 의도를 놓고는 여러 가지 관측과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혁신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라는 측근들의 설명에서부터,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 문재인 대표를 향한 견제구, 심지어 독자세력 구축을 염두에 둔 신호탄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어느 것이 안 의원의 진짜 의도인지는 알 수 없다. 정치인의 언행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진심과 충정, 정치적 계산과 노림수 등이 뒤섞일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 모든 분석이 다 맞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차기 대선을 겨냥한 대표주자들 간의 싸움은 이미 본격화했으며, 그 중심에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안 의원이 혁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100% 있는지는 의문이다. 당이 지금처럼 지리멸렬하게 된 데는 과거 당 대표를 지낸 그의 ‘원죄’도 있다. 그는 또 문 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원장 자리를 거절한 바도 있다. 거절의 명분이야 나름 있겠지만 혁신의 책임자 자리를 회피한 부담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문 대표 역시 “혁신이 잘 돼가고 있다”느니 “당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느니 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할 계제가 아니다. 혁신 작업이 국민한테 박수를 받고 마무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해 보인다.

결국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혁신은 실패하고, 당내 대표주자들도 공멸하는 것이다. 안 의원 주장은 간단히 말하면 ‘문 대표는 혁신이 실패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서 안 의원의 앞날이 열린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당내 권력을 둘러싼 싸움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지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무너지는 역학 관계에 있는 것이 지금의 야당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놓고 보면 이제는 야당의 지도자들이 좀 더 열린 자세로 역동적인 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서로의 싸움을 시너지 있는 경쟁으로 한 차원 승화시켜야 한다. 마침 안 의원은 당 혁신을 위해 문재인 대표 및 김상곤 혁신위원장 등과 회동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문 대표로서는 피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절체절명의 과제인 혁신 작업을 성공으로 이끌고, 자신들의 정치적 활로도 개척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경쟁을 위해 야당 지도자들이 지혜를 발휘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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