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또 비극적인 대형 인명 사고가 일어났다. 5일 밤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돼 10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실종자는 8명으로 추정된다. 구조 당국은 한 명이라도 놓치는 실종자가 없도록 수색·구조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희생자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고 직후 나쁜 기상 상황으로 수색·구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애초 안전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던 탓도 크다.
해경이 실종자 수조차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은 해상 안전관리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출항 때 22명의 승선 명단이 제출됐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배에 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구조된 생존자 중에는 명단에 없는 인물도 있었다. 해경은 6일에야 승선 인원을 21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소규모 어항에서는 민간 대행업자가 입출항 관리를 한다니, 선박 안전의 출발점인 승선 정원 관리부터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또 선박 관리를 담당하는 지자체가 선주에게 안전관리를 내맡긴 채 형식적인 서류 확인만 했다고 한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다.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제대로 입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은 ‘낚시어선업자 및 선원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는 기상 악화 등으로 구명조끼 착용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일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파도가 높고 폭우가 내리는 당시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출항 제한 조처 등을 내려야 했던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구조 작업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최초 신고부터 해경 상황실 접수까지 23분이 걸렸고, 생존자를 처음 발견한 것도 민간 어선이었다. 사고가 밤에 일어났기 때문에 생존자 위치 파악이 급선무였는데 구조 당국은 이동통신회사에 승객들의 휴대전화 위치 확인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해상 안전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이 아프게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는 등 대대적인 후속조처가 있었지만 형식적인 대책에 그쳤던 셈이다. 아무리 조직을 확충하고 제도를 정비해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흐려진다면 어디서든 참사의 씨앗은 자라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세월호의 교훈을 뼛속 깊이 새기고 안전을 체질화하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얼마나 이런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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