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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국민안전처 체제’

등록 2015-09-07 18:37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가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이유는 해상 안전을 위한 제도·관행의 허점과 함께 사고 이후 정부 대처의 허술함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처럼 이번 사고 희생자들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캄캄한 바다에서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왜 그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했는지 사고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사고를 당한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브이패스) 신호가 5일 저녁 7시38분에 끊긴 뒤 해경이 이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돌고래호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다른 배 선장의 신고가 없었다면 아예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해경은 브이패스에 자동 구조신호 기능이 없다고 설명한다. 또 신호가 끊겨도 사고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로 승객과 통화하는 등 사고 여부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한다. 이런 무용지물 장치라면 뭐하러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경과 통화한 승객이 실제 승선하지 않았으면서 ‘잘 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도 상황 파악을 지연시켰다고 한다. 애초 승객 명단 확인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탓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악천후 속에서 2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선박의 브이패스 신호가 끊어졌다면 상황 파악과 병행해 즉각 대응조처에 착수했어야 맞다.

수색이 시작된 건 사고가 난 지 3시간 가까이 지나서였다. 해경은 표류예측시스템에 근거해 사고 지점의 북동쪽을 집중 수색했지만,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돌고래호는 조류를 타고 수색 지역과 정반대 방향으로 표류하다 어선에 발견됐다. ‘해경이 지나가면서 불빛도 비추지 않았다’는 생존자 증언도 나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출범한 국민안전처 체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더욱 참담하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2017년까지 육·해상 전 지역에서 1시간 내 출동 체계가 완성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럴싸한 계획만 수립하고 있었지 실제 현장의 안전 강화 태세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유언비어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 생존자 증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 내용까지 유언비어로 몰아가는 태도여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예방과 대처에 실패한 데 이어 수습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더 잃어버린 세월호 때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는 건지 탄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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