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년도 예산안을 386조7000억원 규모로 짰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해 이런 예산으로 변동성이 높은 경기 흐름과 커지는 복지 수요 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예산안을 통해 내년에는 나라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기 어렵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3.0% 늘어나게 돼 있다. 이런 증가율은 2010년(2.9%)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도 경상 경제성장률 전망치(4.2%)를 크게 밑돌아 사실상 긴축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증가율이 이렇게 낮을 때 경기 부진을 타개하는 데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냐다. 잘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좀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수가 둔화한 가운데 수출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3.1%)를 달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도 그렇다. 내년에도 국내외 여건으로 미뤄 경기 부진의 흐름이 크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 정부 구실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산 증가율이 낮아 정부가 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가 사실상 긴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재정건전성은 더 나빠지게 생겼다. 우선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 대비 40.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잡아온 40%를 넘어서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내년에 37조원으로 올해 예산(33조4000억원)보다 늘어나는 등에 따른 결과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온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은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이 다른 나라에 견줘 아직 양호한 편이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 경계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달리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걸맞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마냥 ‘증세 거부’를 되뇌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부담 여력이 큰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세수 증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보건·복지·노동 부문 예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증가율이 6.2%로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높기는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동향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그냥 넘기기 어렵다. 박 대통령 공약사항인 고교 무상교육 시행과 초등 돌봄학교 확대 등이 뒷전으로 밀린 것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예산안을 손질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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