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산가족 상봉’ 넘어 남북관계 잘 풀려면

등록 2015-09-08 18:29

남북 당국이 10월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8일 합의했다. 8·25 합의의 첫 결실이다. 실무적 성격의 이번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무려 24시간 가까이 회담을 했다. 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적잖았음을 알 수 있다. 사안별로 양쪽 주장을 절충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새 길을 열어 나가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합의는 특별한 게 없다. 행사 시기를 두고 이견이 있었으나 북쪽 뜻대로 노동당 창건 70돌(10월10일) 이후에 하기로 했다. 남쪽이 제안한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이산가족의 서신 교환과 고향 방문, 상봉 정례화 등은 ‘가까운 시일 안에 적십자회담을 열어’ 협의하기로 했다. 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 주된 이유는 실무접촉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려고 한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회담 격인 적십자회담이나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하는 당국회담에 대한 전략이 미흡함을 뜻한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담을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가는 일이 중요하지만 더불어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다. 북쪽은 내부 단합과 대외 과시를 위해 노동당 창건 70돌을 계기로 장거리 로켓을 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면 국제사회는 유엔 결의안에 따라 추가 제재를 논의할 수밖에 없고 남북 관계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여러 차례 불거졌듯이 불필요한 강경 발언으로 북쪽을 자극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북쪽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태도로는 돌발사태에 제대로 대처하거나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 다음 단계에 대한 전략을 갖고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8·25 합의에 명시된 당국회담을 빨리 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쪽의 장거리 로켓 발사 포기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신뢰가 쌓인다면 다양한 형태의 교류·협력을 다룰 회담들이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합의로 북쪽 혈육을 만나게 될 남쪽 이산가족은 100명에 그친다. 2000년 1차 상봉 이후 이번까지 20차 상봉을 헤아리지만 여전히 수만명이 대기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남북 관계를 잘 진전시키지 않으면 이들의 한조차 풀어줄 수가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