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대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공천개혁방안을 담은 10차 혁신안이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쪽에서 혁신하자며 아무리 애써도 당을 흔드는 일이 반복되면 소용없다. 당을 지키고 기강과 원칙을 세우기 위해 재신임을 묻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신임을 통해 당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재신임 방식은 2014년 기초선거 정당공천 논란 때처럼 전당원 투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승부수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혁신안이 당무위에 상정된 바로 그날 안철수 의원은 천정배 의원과 만나고 정세균 의원은 야권 연석회의를 주장하는 등 당내 혼란과 분열이 가열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석 달 동안의 혁신위 활동에 대해서도 당 안팎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분위기라면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의 안정과 단합은 요원하다는 게 문 대표 판단인 듯하다. 오죽하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임기 도중에 재신임 카드를 빼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더라도 당 내분과 갈등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정치연합 위기의 근원은, 집권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지지와 믿음을 얻지 못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당을 흔드는 행동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맞지만 이는 지지율 하락에 따른 결과물일 따름이다. 따라서 믿음을 회복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림으로써 분란을 잠재우는 게 옳은 방향이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시점에서도 중요한 건 당원과 지지자를 격동시킬 수 있는 개혁방안을 1차 혁신안에 더해 마련하는 것이다.
혁신위원회가 10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제도 개혁에선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감동을 주진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 대표 자신도 얘기했듯이 ‘혁신은 이제 시작이며 혁신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 방향을 밝힌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만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문 대표를 비판하는 인사들도 국민 눈높이에서 야당 재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해야지, 대표를 흔들려는 모습만 보여선 안 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혁신의 내용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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