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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의 반인권적인 ‘박영희 인권위원’ 부결

등록 2015-09-09 18:24수정 2015-09-09 21:30

국회가 8일 본회의에서 박영희 국가인권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안을 부결시켰다. 박 후보자는 야당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에 지명됐지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경력 때문에 인준 표결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을 인권에 대한 헌신성과 노력이 아니라 개인의 이념 성향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표결은 1950년대 수많은 학자와 작가, 영화배우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단죄했던 미국 의회의 매카시즘 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박영희씨는 20년 넘게 여성장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그 분야에선 누구나 인정하는 장애인 인권운동가다. 지금은 보편화한 저상버스와 지하철역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도입 등이 그가 주도적으로 벌인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 그를 통합진보당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종북’ 누명을 씌워 부결시킨 건 우리 사회 약자들에 대한 또다른 폭력과 다름없다.

더구나 박씨의 통합진보당 경력 논란은 그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 박씨는 2008년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다. 그 뒤 진보신당 탈당파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만들 때 여기에 참여했다가 2012년 5월 당권파의 부정경선 논란이 불거지자 스스로 당을 떠났다. 이른바 ‘종북 논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런 사람을 단지 통합진보당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배척한다면 앞으로 진보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에 가담했던 이들에겐 관대하고, 진보적 가치를 좇아 행동한 사람에겐 가혹한 그런 국회라면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다.

이번 국회 표결엔 260명의 의원이 참가해 찬성 99표, 반대 147표, 기권 14표로 인준안을 부결시켰다. 여야는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와 박영희 인권위원 후보자 인준안을 모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영희 후보자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한다. 약속 위반이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최소 20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온 걸 보면 부결 책임을 새누리당에만 돌릴 수 없다. 박씨를 인권위원으로 추천해놓고 ‘통합진보당 논란’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핵심 가치를 지키지 못하는 야당이 무슨 혁신을 할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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