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감자의 디엔에이(DNA) 정보를 모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가족 검색’ 기능을 탑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는 일가 남성들이 공유하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한다. 쉽게 말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을 때 전과자뿐 아니라 범죄 전력이 없는 가족·친척까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디엔에이 연좌제’인 셈이다.
아무리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식이면 무고한 다수의 시민이 수사기관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인권침해 상황이 초래된다.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범죄 현장의 유전자 정보와 정확히 일치하는 특정인을 검색하는 ‘일대일 동일인 판독’ 방식만 허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사의 효율성이 인권을 밀어내지 못하도록 촘촘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온 게 현대 형사절차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과학수사라는 포장을 썼다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은 ‘가족 검색 기능을 실제 활용한 적은 없다’거나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 정보 활용은 검토 수준이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하지 않을 기능을 왜 굳이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보인권단체들이 ‘이미 마련된 기능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수사기관이 떨쳐낼 수 있겠느냐’고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족 검색 기능과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 정보 활용 방안은 공식적으로 폐기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인권침해 소지가 짙은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 운용 방식도 재고돼야 한다. 현재 데이터베이스 관리는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두 곳이 맡고 있는데, 민감한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와 이를 이용하는 수사기관이 겹치는 건 문제가 있다. 오남용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수사 업무와 무관하거나 독립성을 갖춘 기관이 유전자 감식 업무를 담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 채취 및 보관 범위도 조정이 필요하다. 강력범죄도 아닌 노동쟁의나 집회·시위 사건 관련자까지 마구잡이로 유전자 정보를 채취하고 이를 평생 보관하는 건 과도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현행 제도를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상당수 재판관들이 반대·보충 의견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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