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통해 떠안은 8조원의 부채 가운데 일부를 정부가 대신 갚아주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관련 항목을 편성했다. 세금으로 거둬들인 나랏돈을 4대강 사업 빚을 갚는 데 쓰겠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 규모는 2조4000억원으로, 전체 부채 8조원을 정부와 수공이 3 대 7의 비율로 분담하는 구조다.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8조원(원금)에 대한 이자비용 4조4000억원은 애초부터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기로 정해져 있었다. 정부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이자비용으로 이미 1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부채와 이자비용을 모두 합치면 앞으로 정부가 2031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몫이 5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부채 원금마저 분담하겠다고 나선 건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애초 이명박 정부가 수공을 압박해 4대강 사업을 강행토록 한 원죄가 있는 탓이다. 당시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정부가 이자비용을 대신 갚아주되 수공이 자체사업으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다면 추후 대책을 마련해 주겠다며 수공의 4대강 사업 진행을 밀어붙였다.
올해로 사실상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 4대강 사업은 수질오염 등 심각한 후유증만 남겼다. 때문에 정부가 가뜩이나 쪼들리는 재정 형편에 수공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데에 거부감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나랏돈이 들어간 공기업인 수공의 부담을 정부가 얼마만큼 덜어주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인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부채와 이자비용을 모두 갚는 데 12조4000억원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 자그마치 하루 340억원꼴이다.
국토를 훼손하고 나라살림에 큰 구멍을 낸 4대강 사업의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하게 가려내는 일이 우선이다. 감사원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4대강 사업 당시 짬짜미 행위로 처벌받아 공공기관 입찰 참여 자격이 제한된 재벌 계열 건설사들의 ‘얼룩진 과거’를 깨끗하게 지워줬다. 4대강 사업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관련 책임자를 가려내 처벌과 구상권 청구 등 후속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나랏돈 얼마를 더 쓰느냐 마느냐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일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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