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며칠 전 ‘포용적 성장과 발전 보고서 2015’를 내놓았다. 세계 112개국의 경제상황을 분석한 이 보고서에는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재)분배정책이 매우 부실하다는 대목에서 눈길을 떼기 어렵다. 익히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것임에도 씁쓸하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데 걸맞게 국민들의 생활을 고르게 나아지도록 하는 노력이 이렇게 미흡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보자. 우선 이전지출 등이 이뤄지기 전의 소득(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13년 현재 0.336으로, ‘선진 경제’ 30개국 중에서 가장 낮다. 지니계수는 0~1의 분포를 보이는데, 수치가 작을수록 불평등 현상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소득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분배상태가 상당히 괜찮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분배가 일어난 뒤의 소득(가처분소득)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니계수가 0.308로 0.028 개선되는 데 그쳐 선진 30개국 중 16위로 뚝 떨어진다. 다른 나라, 특히 선진국에 견줘 우리나라에서는 분배정책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러니 빈곤율이 2012년 14.6%로 상위 20% 국가군에 속하고, “보건의료를 포함한 사회적 보호 장치가 상당히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리나라 지니계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별개로 하고서도 말이다.
소득 불평등이 짙어지면 폐해가 커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균열을 낳을 수 있다. 경제성장에도 해가 된다는 게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연구 결과다. ‘포용적 성장’ ‘공생적 성장’ 따위의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정책기조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만 하면 분배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은 구시대 사고방식임이 드러났다. ‘선성장 후분배론’ ‘낙수경제론’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성장과 함께 분배를 고려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 여유가 있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을 상대로 세금을 더 내도록 하고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특히 서민층이 주눅이 들지 않은 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만큼 정부의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의 대폭 수정은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금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한 말을 기억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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