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주 중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노사정 대화와는 상관없이 정부의 입맛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도 즉각 당정협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정부는 특히 노동개혁의 내용에 임금피크제 도입과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공정한 해고를 위한 기준과 절차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가이드라인 제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동계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보는 예견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예산안 국회 제출 일정(11일)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10일을 ‘시한’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엄중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과거 노사정위가 3월말을 1차 시한으로 정했을 때는 노사정 대표의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이번 시한은 노사정위 내부 결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탓이다. 오죽했으면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마저 “기재부 장관은 노사정 대표도, 정부 대표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걸 비판했겠나. 정부의 행태는 사회적 대화 자체를 무시할뿐더러 애초부터 대화와 타협 의지가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가이드라인 제정을 고집하는 정부의 주장은 여전히 근거가 떨어진다. 정부는 정년 60살 연장을 앞두고 현장의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는 논거를 대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은 어차피 가이드라인을 만들더라도 법적 분쟁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7일 노사정위 주최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쟁점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정하는 것보다는 중장기 과제로 넘겨 충분한 토론을 거친 뒤 법제화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효성마저 의심스러운 가이드라인 제정에 집착하며 노동계를 압박하는 건 이참에 ‘쉬운 해고’를 관철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독자 행동은 어렵사리 재개된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다시 막아버릴 위험이 크다. 노동계와 야당의 강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에 취한 정부·여당의 태도는 19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한 ‘날치기 노동법’이 정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을 안겨준 사실을 정부·여당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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