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하루하루를 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한국 정당의 역사상 130석에 육박하는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은 처음이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오래다. 제1야당에 대한 실망은 생활난과 미래에 대한 절망에 빠져 있는 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하기는커녕 하루도 거르지 않다시피 집안싸움이나 벌이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당의 혁신안과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놓고 벌이고 있는 최근의 ‘롤러코스터 국면’이 대표적이다.
당을 내파 직전까지 몰고 갔던 13~15일 예정의 문재인 대표 재신임 투표 논란은 당 중진의원들의 중재를 거쳐, 일단 16일 혁신안 추인을 위한 당 중앙위 개최 이후로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투표 시기를 놓고는 문 대표가 추석 연휴 전에, 비주류 쪽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8일 이후로 하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 대표 쪽이나 비주류 쪽 모두 시간 벌기로 긴박한 상황은 모면했지만 갈등의 뇌관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16일 중앙위의 결과가 새정치연합의 이후 향방에 큰 고비가 될 것이다.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통과되느냐에 따라 문 대표의 당내 위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위의 세력 분포로 볼 때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나, 표면적으로 혁신안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어서 찬성 비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높은 비율로 통과된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의 혼란이 쉽게 정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 싸움의 본질이 혁신안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내년 4월 총선과 그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당내 각 세력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충돌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세력의 다른 이해관계가 아무런 조정장치 없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는 새정치연합의 ‘무책임의 책임 구조’에 있다. 복잡한 정치갈등을 손쉽게 재신임 투표로 단번에 돌파하려는 문 대표의 경솔함에도 책임이 있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당을 작동 불능으로 몰고 가는 것도 불사하는 비주류의 행태는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 지도자들은 이런 무정치, 무책임의 당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은, 자민당이 사실상 일당 지배체제를 굳혀가는 일본처럼, 한국 정치를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깊이 깨달아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