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6위의 기업집단인 포스코가 내우외환으로 큰 격랑에 휩싸였다. 경영부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검찰 비리 수사를 받아 안팎의 걱정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1968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철강신화’를 일구며 한국을 대표하는 건실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던 포스코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포스코는 경쟁업체인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합의금 명목으로 3000억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겨레>가 14일 보도했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가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 기술과 관련해 특허를 침해했다는 등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논란을 마무리하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포스코로서는 이미지 손상 등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전기강판을 수출할 때 신일철주금에 기술사용료(로열티)를 내는 등의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잖아도 포스코는 이미 위기를 맞았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철강 경기가 부진해 영업환경이 좋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준양 전임 회장 때 무더기로 인수한 기업들이 큰 짐이 되고 있다.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닥치는 대로 기업을 사들이다 보니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많이 나빠졌다. 신용등급도 크게 떨어졌다. 권오준 회장이 몇 달 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게다가 정치권 실세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와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 등으로 여러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특히 정 전 회장은 최근 세 차례 검찰에 불려간 데 이어 추가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고도 기업이 멀쩡하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포스코의 이런 추락에는 무엇보다 회장의 책임이 크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의 이런저런 ‘주문’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권 실세들은 포스코가 민영화됐는데도 마치 정부기관이라도 되는 양 회장 임명 과정에 개입하고 각종 인사와 이권 개입을 계속해왔다.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있다면 지나칠까. 이래서는 포스코가 철강신화를 계속 써갈 수 없다. 그런 만큼 포스코의 개혁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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