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경찰이 도착하는 바람에 살인을 막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12일 저녁 서울시내 한복판 주택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서로 다른 두 건의 신고를 같은 사건으로 오인해 그리됐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경찰의 잘못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부터 지령, 출동까지 한 번에 이뤄지도록 ‘112 신고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혀왔다. 경찰은 2012년 4월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살인사건 당시 피해자가 112로 신고했는데도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만 낭비하다 사건 발생 장소조차 찾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후 뼈저린 반성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대로라면 신고 접수와 동시에 신고자의 이름, 연락처, 신고 내용이 관할 경찰서 상황실과 파출소 컴퓨터,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곧바로 뜨고, 클릭 한 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현장의 경찰은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한 신고 내용 확인을 아예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현장 근무자들의 미숙한 대처가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오원춘 사건은 막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도 어렵다.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첫 신고와 두 번째 독촉신고 직후 등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사건으로 보이니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과 파출소 근무자들은 확인도 않은 채 같은 사건으로 판단했다. 10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다른 신고가 있어서 착각했다지만, 신고 내용만 살펴도 바로 다른 사건임을 알 수 있었는데 안이하게 넘긴 것이다. 근무자 간 소통이 부족하고 매뉴얼에 따른 대처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잘못이 겹치면서 5분만 더 일찍 도착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참변이 일어났다.
경찰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찰에 알려도 보호받을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제대로 된 나라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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