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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시성 펀드’ 아닌 정공법으로 풀어야 할 청년고용

등록 2015-09-16 18:37수정 2015-09-16 20:36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청년희망펀드’(가칭) 조성 계획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펀드 조성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시금 2천만원을 포함해 다달이 월급의 20%를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고위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해 적은 힘이나마 보태려는 자세는 가상하다. ‘고용절벽’이라는 섬뜩한 표현까지 나오는 마당에 청년 일자리 확대에 도움을 준다는데 당장 뭐든 못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구상은 올바른 청년실업 대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실효성 자체가 너무 낮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란 말이 등장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설령 사회지도층 1만명이 제 주머니를 털어 한두 푼 모은다 한들, 그 돈으로 평균 초임 수준의 안정적인 신규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정부가 청년희망펀드의 용도를 ‘구직자 지원 사업 등’이라 밝힌 건 애초부터 일자리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펀드 조성 방식에 있다. 대통령부터 나서 월급을 떼어내야 할 만큼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면, 응당 재정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게 백번 옳다. 정부는 9일 확정한 새해 예산안을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청년희망 예산’이라 불렀으나, 정작 실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업급여 증가분을 빼고 나면 일자리 예산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 지원하는 고용디딤돌 사업, 중견기업 인턴제 등에 쓰일 뿐이다. 우리 헌법은 제32조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이 ‘국가가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못박은 건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청년희망펀드는 응당 ‘권리’로 존중돼야 할 청년고용을 사회지도층의 양보와 선의, 지원과 시혜로 왜곡·호도할 소지가 다분하다.

공직과 민간을 두루 아우르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희망 잃은 청년들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한다면, 그 방식은 청년희망펀드 기부가 아니라 소득에 걸맞은 공정한 납세가 정답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증세 등을 통해 떳떳하게 마련한 재원으로 재정을 투입해 청년실업 문제와 맞서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마치 이명박 정부 때 큰 요란을 떨다 정권이 바뀐 뒤 사라진 ‘통일 항아리 사업’의 복사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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