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황아무개씨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 공개채용에 합격하는 과정에 점수조작 등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로 확인된 것이니 의혹 차원은 이미 넘어선 일이다. 그런 일이 황씨 한 사람에 그쳤던 것 같지도 않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최 부총리의 압력 행사가 의심된다. ‘최경환 빽’을 앞세운 그런 억지 채용의 뒤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했겠는가. 면접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는 청년들이 무수한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쉽게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나타난 비리의 실상은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보고서를 보면 공단의 2013년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시험 1차 서류전형에서 황씨의 애초 성적은 합격선에 턱없이 모자라는 2299등이었다. 박철규 당시 공단 이사장은 취업총괄 부서장으로부터 황씨에 대해 “‘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잘 봐주라”고 지시했다. 공단 인사팀은 황씨를 합격시키려 두 차례나 점수를 높게 고쳤다. 그래도 합격자 최저수준에 못 미치자 합격 기준까지 바꿔 황씨를 1차 합격자 174명에 억지로 넣었고, 그 과정에서 성적이 훨씬 좋았던 응시자들이 탈락했다. 면접시험에서도 외부 위원의 반대로 불합격이 결정됐지만 박 이사장이 최종 합격자 36명에 넣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인사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 불합격 처리한 것을 그때마다 뒤집고 조작하도록 지시하는 일이 거듭됐다.
공단은 감사원 감사 뒤 채용 책임자와 실무자들을 징계했다지만 그 정도로 무마할 일이 아니다. 황씨의 취업에 관심을 보인 ‘외부’가 누구였기에 박 이사장 등이 그런 무리한 일을 강행했는지 따져야 한다. 공단 쪽이 그 대가로 무엇을 기대했는지, 그리고 실제 ‘좋은 자리’ 따위로 보답을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최 부총리는 친박의 핵심 실세이니 압력 행사와 배려도 쉬웠을 것이다. 검찰은 권력 실세라고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최 부총리의 ‘주변 챙기기’가 심하지 않으냐는 말이 무성한 터다. 최 부총리의 모교인 대구고 출신 인사들이 국세청장, 감사원 사무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 오르더니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까지 차지했다. 최 부총리는 “다른 고교 출신은 더 많다”고 말하지만, 그런 식으로 눙쳐서 해소될 의혹은 이미 아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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