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7일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연준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뒤인 2008년 12월부터 시장금리의 잣대가 되는 기준금리를 0~0.25%(제로금리)로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안 증폭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확실성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연준이 10월이나 12월에 인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어느 모로 보나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인 만큼 대비 태세를 잘 갖춰야 한다.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은 미국과 세계 경제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성장률이 다른 선진국에 견줘 높고 실업률이 낮지만 호전 추세가 아직 견고하지는 못하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크게 낮아 몇 년째 연준의 장기목표치(2%)를 밑돌고 있다. 게다가 중국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데서 보듯 세계 경제 실적이 애초 전망보다 좋지 못하다. 연준이 이날 성명서 등에서 최근의 세계 경제·금융 동향을 몇 차례 언급한 것은 이를 말해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물가 등 여러 면에서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달러 자금의 미국 유입 등을 통해 다른 나라 경제에 파장을 낳고, 이는 다시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이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아예 인상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라고 권고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일단 올리면 경제 흐름이 악화했을 때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 정도로 세계 경제의 그늘이 짙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7년이 흘렀지만 세계 경제는 위기 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금융위기 진원지였다는 점을 더하면, 기준금리의 신중한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어찌됐든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정부 당국은 “우리 경제는 어떤 충격도 충분히 감내할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있다”고 강조한다. 전혀 그른 얘기는 아니라고 보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외화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꾀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하고 경제체질 개선에 힘을 쏟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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