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진각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이 이달 초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앞서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이종서 전 교육부 차관도 같은 대학에서 1년 임기의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권력기관의 잇따른 ‘낙하산 인사’가 아닌지, 또는 청와대와 교육부의 ‘환심’을 사고 인맥을 만들려는 대학의 속 보이는 짓이 아닌지 의심된다.
김씨의 교수 임용은 ‘낙하산’이라 해도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김씨는 기자 출신으로 언론학 석사 학위를 받고, 청와대에서도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전공이나 경력에서 문화예술경영 쪽과의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 전임교수로 곧바로 임용된 것도 이례적이다. 학사나 석사 출신이라도 해당 분야의 경력과 전문성이 있다면 충분히 교수가 될 순 있다. 하지만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적지 않을 터에 경력도 전문성도 없는 이가 바로 교수가 됐다면 누구라도 의아해할 것이다. 더구나 김씨는 논문이나 강의 부담에서 자유로운 기획부처장에까지 임명됐다. 신규 채용된 교수가 바로 보직 교수에 임명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까지 무리하고 이례적인 인사를 감행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성신여대는 학교운영을 둘러싸고 오랜 분규를 겪어왔다. 학교 설립자의 방계 혈족인 심화진 현 총장이 이사장을 거쳐 총장을 거듭 연임하는 동안 학내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심 총장이 금품수수, 교비 횡령 등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심 총장 쪽이 연임 등을 위해 정치권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왔다는 말도 무성하다. 조윤선·이종서씨에 이어, 기자 시절 교육부를 오랜 기간 취재한데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씨를 파격적으로 교수로 임용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등이 압력을 가하거나 눈치를 준 일은 과연 없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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