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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험한 칼’ 일본의 안보법안, 지혜로운 대응을

등록 2015-09-19 03:05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8일 참의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 관련 11개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의사당 안에서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을 감수하면서도 아베 정권은 시간을 정해 놓고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이로써 2차대전 패전 이후 70년 동안 지켜온 일본의 전수방위 정책은 형해화하고, 일본 자위대가 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무력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법안 통과는 아베 총리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4월 중국의 부상을 겨냥한 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지난해 7월 내각의 해석개헌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결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안보정책의 대전환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를 지닌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는 근거가 되었던 헌법 9조(이른바 ‘평화헌법’)를 개정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헌법 9조는 헌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이번에 통과된 법률이 평화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충분한 숙의 없는 법안의 강행처리 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로 인해 한반도 안보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점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수방위에서 집단방위로 일본이 안보정책을 대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급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력 쇠퇴 등의 이유로 혼자 중국을 견제하기 버거워진 미국이 일본의 정책 전환을 적극 응원하고, 일본으로서도 미국이 이 지역에서 떠나는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독자적인 군사력 확장 기회로 삼은 면이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런 큰 틀의 안보 환경 변화는 이들 국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좋건 싫건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주권 영역에 대한 자위대 활동은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헌법상 우리 영토라는 이유로 북한 지역에 대해서도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순진한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주권 영역에 대해 외국군이 활동할 경우 우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말할 필요도 없는 당위이다. 또 북한과 관련해서도 국제법적으로 통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기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일 것이다.

일본의 안보정책 전환으로 미군 지원이 원활해지면 한미연합군의 대북억지력이 커진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또 중국의 폭주를 적절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일본의 군사활동 강화가 중국과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로서는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일 게 뻔하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구도에 깊숙하게 말려드는 경우가 최악이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실리적인지를 놓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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