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추석을 맞아 부사관 이하 전 장병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를 주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격려카드와 함께 우리 농산물로 만든 약과 등 특별간식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내린 최고의 통 큰 조처라며 환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번 조처는 마냥 박수만 치고 넘기기에는 형식과 내용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점이 너무 많다.
청와대는 인터넷 누리집의 ‘청와대뉴스’ 코너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조처를 “하사”로 표현했다. 하사란 ‘왕이 신하에게, 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금품을 내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번 특별휴가 조처에 대한 청와대의 속내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어떤 시스템과 절차가 작동한 결과가 아니라 철저히 박 대통령의 ‘하사품’으로 기획된 즉흥 이벤트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이 전 장병에게 주기로 한 ‘특별휴가증’은 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귀하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를 명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특별휴가증은 장병들에게 대통령의 ‘은총’을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장치다.
대통령이 준다는 특별간식도 마찬가지다. 특별간식을 박 대통령이 사비를 털어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결국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생색은 대통령이 내는 셈이다. ‘자애로운 어버이의 따뜻한 보살핌…’ 운운하며 ‘최고지도자’를 떠받드는 북한을 비웃을 일이 결코 아니다.
특별휴가의 근거도 모호하다. 목함지뢰 사건 이후 군 장병들이 고도의 긴장상태에서 며칠씩 고생을 한 것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초동대처에서 군은 여러 가지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북의 도발에 대응을 잘한 것에 대한 포상이라면 해당 부대와 다른 부대의 장병들에게 차별을 두는 것이 형평에 맞다. 선심을 쓰는 일이야 쉽지만 선심에도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조처를 굳이 총선을 앞둔 ‘군의 젊은 표심 잡기’로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조처에는 정상적이랄 수 없는 정치적 고려가 어른거린다. 하기야 합법적으로 표 모으기 정치행위를 할 수 있는 게 대통령이 누리는 특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조시대를 연상케 하는 ‘하사 정치’를 바라보며 심정이 썩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만큼은 청와대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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