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부터 미국 방문 일정을 시작해 25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의 첫 국빈 방문인데다 미-중 사이에 굵직한 현안이 여럿이어서 지구촌의 관심이 많다. 두 나라는 신구 대국답게 갈등은 줄이고 협력은 강화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특히 북한 핵 문제를 풀 해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동력을 확보하길 기대한다.
세계 1·2위 규모인 두 나라 경제의 협력은 새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협상을 해온 첫 투자협정(BIT)이 타결된다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활력을 줄 것이다. 11월말 유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을 보이는 기후변화협약 문제에서도 중국 쪽의 전향적인 태도가 예상된다. 미국이 강하게 중국을 비판해온 사이버안보 문제에서는 일정한 갈등이 불가피한 듯하다. 평화 시에 사이버 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최초의 ‘사이버공간 군축협정’에 합의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전망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두 나라의 대립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미국에 요구해온 중국은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반면 미국은 일본 및 동남아 나라들과 손잡고 기존 패권구도를 유지·강화하려 한다. 이 문제를 단번에 풀 수는 없겠지만, 두 나라는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틀을 만들어 신뢰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는 동아시아 모든 나라와 연관돼 있다. 어느 나라도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 해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가 북한 핵 문제다. 두 방향으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 활동 강화 뜻을 밝힌 북한에 두 나라가 함께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더불어 6자회담을 재개해 실질적인 핵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은 이란 핵 협상을 타결한 수준의 의지를 보이고 중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에도 북한 핵 문제의 가닥을 잡지 못한다면 사태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지구촌 질서를 중국이 제 맘대로 교란하지 않길 바란다. 중국은 이번 시 주석 방미의 의미를 증신석의(신뢰를 증진하고 의심을 푼다)로 표현한다. 기본적으로 기존 질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두 나라가 공감대를 넓히는 것은 다른 나라에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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