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실태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대우조선은 2000년 이후 60명을 고문·자문역 등 비상근 임원으로 두고 100억원을 웃도는 급여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놀라운 건 비상근 임원에 위촉된 인사들의 면면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을 비롯해 예비역 장성, 국가정보원 간부 등이 두루 포함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퇴직 임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억대 연봉은 물론 4대 보험료와 직원용 상해보험, 자녀학자금을 지원받았고, 별도 사무실과 연간 2000만원 상당의 법인카드 사용 혜택도 누렸다.
대기업이 경영전략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외부 인사의 조언을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명단이 공개된 대부분의 인사들은 조선업 분야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국정원 1급 간부 출신을 영입한 이유가 “경영상의 자문 필요”라는 데 대해 선뜻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리 사건에 연루된 정권 측근 인사가 포함된 것만 봐도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일과는 애초부터 아무 상관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경영진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자 회삿돈을 펑펑 써가며 바람막이 구실을 해줄 낙하산 인사들을 끌어들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우조선은 이미 2조9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한 차례 목숨을 살려낸 기업이다. 하지만 얼마 전 3조원대의 부실을 은폐해오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설계 능력조차 없이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든 게 직접적 원인이라고는 해도, 회사 경쟁력 제고와는 거리가 먼 방만경영의 책임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대우조선을 회생시키려면 1조원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번에 드러난 방만경영 실태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따져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세금이 경영진과 권력기관의 잇속 차리기 놀음에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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