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수능도 지난해처럼 ‘실력’이 아니라 ‘실수’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9월 모의평가에서 자연계 학생들이 응시한 국어A와 수학B, 공통과목인 영어는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았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인문계의 국어B와 영어가 그랬다.
지난해 수능 출제 오류와 난이도 실패가 겹쳐 호된 질타를 받은 교육부가 수능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난이도 안정화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두 차례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헛구호에 그쳤다. 수험생들은 실제 수능에서 어떤 과목이 특히 쉽게 출제될지 오리무중인 상태로, 실수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부담감만 한층 더 짊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니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니 쓸데없는 논란만 부추기더니 정작 가장 큰 교육 현안의 하나인 수능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문·이과 통합 등 굵직한 변화를 예고했지만 수능과 어떻게 연계할지는 전혀 예고하지 않아 불안감을 키워 놓았다. 교육정책의 총체적 혼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쉬운 수능’이라는 기조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대국민 담화에서 “수능 난이도를 안정화해서 공교육 정상화의 토대를 쌓겠다”고 말하는 등 줄곧 쉬운 수능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영어 사교육 부담을 대폭 경감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 발언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능 점수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재의 입시제도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능 난이도만 조정하려는 게 문제다. 지난해 확인됐듯이 극심한 눈치작전과 재수생 증가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쉬운 수능은 입시제도 개혁이라는 더 큰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라는 점을 간과한 채 부분만 손보려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근본적인 입시 개혁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박 대통령이나 쉬운 수능 방침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교육당국이나 모두 시야를 넓혀야 한다.
수능이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당장은 수능에서 난이도 조절을 그르치지 않고 출제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게 교육당국의 급선무다. 이와 함께 무한 경쟁과 사교육 의존을 부르는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방기한 채 수능 난이도만 이래저래 주무르는 건 어설프고 무책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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