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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30대 그룹의 땅 매입 확대, 문제없나

등록 2015-09-25 18:54

30대 그룹이 지난 10년간 전국의 땅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규모가 서울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이른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순수한 기업활동과 관련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작지 않아 보인다. 30대 그룹이 투기성 목적으로 땅을 사들였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늘리는 데 몰두하지 않고 이런 쪽에 관심을 둔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이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재벌그룹과 공기업을 포함한 30대 그룹 계열사 1065곳이 지난 7월말 현재 824㎢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5년에 견줘 54.3% 늘어난 것이다. 토지와 주택의 개발·공급이 주된 업무인 토지주택공사(LH) 분량을 빼도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30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 공시가격은 183조3345억원으로 10년 새 167% 증가했다. 이는 30대 그룹 면적 증가분을 고려하더라도 전국 땅값 상승률(68%)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물론, 30대 그룹 땅이 많이 늘어난 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희소자원인 토지를 생산적인 용도로 이용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30대 그룹 토지 가운데 임야가 전체의 33.1%로 가장 많고, 다음이 공장용지(19.9%), 농경지(15.9%) 등의 순이다. 임야와 농지는 비업무용 부동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기성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설령 업무용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의심의 눈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변 지역이 개발되거나 대기업이 땅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땅값이 크게 오를 수 있고, 이때 용도변경을 통해 큰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예전부터 많이 보아온 일이다. 법인세 인하 혜택 등을 받으면서 이래도 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이제 이런 눈총받을 일은 그만해야 한다. 기업활동에 꼭 필요한 토지가 아니면 보유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대신 거기에 들어갈 돈을 생산설비와 인력 확충에 써야 한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정부도 대기업들의 땅 매입이 급증한 이유를 점검해봐야 한다.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책 추진에 따라 빚어진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관련 법령을 어긴 대목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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