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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기문 총장의 새마을운동 예찬을 보는 불편함

등록 2015-09-29 18:27

추석 연휴 기간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안 중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밀월’일 것이다. 제70차 유엔 총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과 한국인으로서 유엔을 이끄는 반 총장이 긴밀히 협력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서 ‘반기문 대안론’이 나오는 상황과, 뉴욕 행사의 초점이 새마을운동 홍보에 맞춰진 점 등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단순한 외교적 행사로 보아 넘길 수 없게 한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건 아마도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였을 것이다. 이 행사는 우리나라가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주최했다고 한다. 유엔 총회 기간 중 국제기구들과 이런 행사를 연 데엔 반 사무총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반 총장도 행사에 참석해 “한국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이 회원국에 도입되고 실행되고 있어 감명을 받았다. … 박 대통령의 노력으로 새마을운동을 개도국에 소개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반 총장 발언을 의례적인 것으로 넘겨버리기 힘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최근 여권의 ‘친박’ 진영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반 총장을 자주 거론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반 총장과 7차례나 만나고 청와대가 이런 사실을 적극 홍보하는 배경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개발독재 시대의 국민동원 운동을 반 총장이 저렇게까지 찬양하는 게 과연 적절한 처신인지 의문이다. 적지 않은 제3세계 국가들이 새마을운동의 효율적 방식을 따라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운동의 단점과 한계까지 모두 미화할 순 없다. 박 대통령이야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한다고 쳐도, 반 총장이 새마을운동 예찬에 적극 나선 이유는 뭔지 궁금하다.

반 총장은 5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이었다는 내용이 공개되자 “그런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소문이 유엔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나는 국내 정치에 한순간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반 총장의 언행이야말로 그런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소문’을 국내에서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한국 출신의 첫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길 바라는 많은 이들의 기대에 어긋난다. 박 대통령과 함께한 반 총장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이 자랑스러움보다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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