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금 교육부 대변인이 사학 재단으로부터 6000만원 상당의 뇌물·향응을 받은 혐의로 1일 구속됐다. 중앙 부처의 ‘입’으로서 공신력을 상징하는 대변인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례적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그가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발령난 사실이다. 대변인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사가 본격화한 상황을 뻔히 알면서 이런 인사를 냈다니 명백한 제 식구 감싸기이자, ‘현직’ 대변인이 구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다. 황우여 장관이 엄중히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교육부는 대학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과 한해 9조원이 넘는 지원금 배분 등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대학의 공공성을 위해 부여된 이 권한을 교육 관료들이 제 뱃속을 채우는 데 써먹는다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대학 인수 과정에서 재단 쪽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향응을 받았다는 김 대변인의 혐의 내용이 바로 그런 것이다. 교육부 고위 관료 상당수가 퇴직 뒤 대학에 재취업하는 관행도 사전·사후적으로 대학의 이익을 챙겨주는 대가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최근에는 황우여 장관의 측근이 교육부에서 사립대로 자리를 옮기려다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일도 있다. 이때도 교육부는 ‘취업 이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작다’는 터무니없는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평가니 구조개혁이니 하는 정책들이 신뢰받을 리 만무하다.
교육부의 비리 사학 감싸기도 모종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한다. 사학 비리로 물러났던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 21년 만에 복귀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이후 학사 운영에 극심한 파행이 벌어져도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한 게 단적인 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국립대 교수들이 직접 선출한 총장 후보의 자격을 운운하며 임용을 거부하고 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또 없다. 독재시대의 유물인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부활을 시도하는 것도 교육부의 고루함을 잘 보여준다.
교육정책의 책임자로서 ‘스승’의 본분을 지켜야 할 교육부가 정반대로 부패와 반민주의 표상이 되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교육 관료들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자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폐쇄집단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교피아’(교육부+마피아)라는 비유로도 부족할 정도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강조하지만 ‘교육부 개혁’ 없이 교육을 개혁한다는 건 헛소리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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